詩香의 솟대

시인(詩人) - 정중규

정중규 2010. 1. 31. 03:11

시인(詩人)

 

 

처음에 하늘과 땅은 하나

마치 사랑에 빠진 듯 그들은 한 몸이었다

 

어느 날 사람의 무리가

땅 위와 하늘 밑에 나타나면서

둘은 찢겨지며 갈라서게 되었다

 

하늘은 하늘로

땅은 땅으로 불려졌다

 

그 때 찢겨진 아픔이 온 우주를 진동시키더니

갈라진 하늘과 땅 사이에서 시인이 나왔다

 

디오니소스의 후예들은 공간을 거두어 버렸으니

시인으로 인해 그 둘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우리는 본다

하늘 속에 대지의 이미지가 서려 있음을

땅 위에로 하늘의 꿈이 내려오고 있음을

 

하늘에 그려지는 흰빛은 지상을 흐르는 강물

땅의 몸짓은 모두 천상의 노래가 된다

 

 

● 한국장애인문인협회 솟대문학 2001년 겨울호 통권 제44호 솟대본상 본상 기념 신작시 200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