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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동맹 결성해야 - 정중규

정중규 2010. 1. 30. 23:59

실업자 동맹 결성해야

 

 

실업대란 속에 맞았던 올해 노동절은 노동현장에 깔린 짙은 어둠만큼이나 우울했다. 실직 당하거나 취업기회를 얻지 못한 실업자들의 경우 5월 가정의 달을 맞은 심정이 어떠할까.

실업사태 문제의 핵심은 대량실업시대에 빚어지는 실직이라는 것이 분명 사회적인 것인데도 막상 실직을 당하면 그것이 실직자 개인이나 그 가정의 문제로 치부되면서 실직으로 빚어지는 생계파탄이나 가정·가족의 해체와 같은 충격을 고스란히 혼자서 져야 하는데 있다. 즉 사회구조적 모순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함몰되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자동맹의 결성이 필요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IMF 체제로 인해 장기 고실업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특히 자의가 아니라 국가적 부도와 같은 외적 요인 때문에 마구 실직을 당하는 실정에 수백만 실직자들의 요구와 권익을 하나로 추스르고 그 역량을 결집시켜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다.

실업자동맹은 감원이 능사인양 부당해고를 일삼는 기업으로부터 실직을 당한 실업자들의 권리를 대변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그림의 떡’인 실업자 대출과 같은 대책 등을 실효성 있게 만들어가는 작업도 펼쳐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취업을 위한 고용창출책과 일할 권리 보장을 당국에 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한 고통분담이 되게 하는 사회구조 조정을 통한 근본적인 해결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실업자들의 단체행동이 대중적 공감대나 사회공동선의 차원을 넘어 집단이기주의로 흐르거나 유럽에서처럼 고용보장요구만을 유일한 일감으로 삼는 실업자들의 대규모 시위나 조직적 저항 같은 비생산적인 형태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모두가 사회불안해소 차원에서라도 그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실직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생계대책과 취업대책 마련에 내 일처럼 관심을 가져야만 하겠다.

 

 

● 부산일보 오피니언 제16689호 199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