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香의 솟대

가을에 - 정중규

정중규 2010. 1. 31. 00:07

가을에

 

 

가을이 되면

시인(詩人)은 그이를

‘당신’이라 부릅니다.

 

왠지 모를 아픔에

하얀 가슴을 여미며

기울어져만 가는

눈부신 햇살

잿빛 거리를 거닐다

 

첫 낙엽을 발견했을 때

그날 그 순간에

파란 그곳으로부텀

당신이

 

해맑은 웃음

가을의 주님으로

내려오십니다.

 

그로부터 시인은

의상(衣裳)을 챙겨 넣고

흩뿌렸던

눈물을 거두며

 

고독의 성(城)에서

연갈색의 구슬을

닦아야만 합니다.

 

 

● 한국장애인문인협회 솟대문학 1998년 가을호 통권 제31호 3회추천완료작 1998/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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