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호(普門湖)
호반의 낙엽은 싸릿눈처럼 매섭다.
그립도록 아름다운 11월의 환상
수면파 물결 흐름 따라
국지공 국지공 배 젖는 소리
애 띤 화가의 얼굴엔
나지막한 우수의 바람
한 모금 뜻 모를 전설
수면을 짙게 적셔오는
오후의 잿빛 구름.
아, 꿈은 놀랍도록 깊구나!
빗방울처럼 선명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상념만의 뽀얀 향수-그 아픔
그 무언의 조그만 속삭임.
손을 모아 잡으면
털옷처럼 반가운 그 무엇이
민들레 꽃씨로 익어 터져
하늘 가득 피어나
잃어버렸던 말들이 되살아난다.
이것은 설익은 한 밤의 태양
발라드풍의 감미로운 원무
촉촉이 젖은 새벽 잎사귀
그 연한 손등에 잔뜩 머금은
이슬방울 속에 갇힌 세계.
● 천주교 부산교구 망미교회 청년회 연보 198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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