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香의 솟대

보문호(普門湖) - 정중규

정중규 2010. 1. 30. 17:51

보문호(普門湖)

 


호반의 낙엽은 싸릿눈처럼 매섭다.

그립도록 아름다운 11월의 환상

수면파 물결 흐름 따라

국지공 국지공 배 젖는 소리


애 띤 화가의 얼굴엔

나지막한 우수의 바람

한 모금 뜻 모를 전설

수면을 짙게 적셔오는

오후의 잿빛 구름.


아, 꿈은 놀랍도록 깊구나!

빗방울처럼 선명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상념만의 뽀얀 향수-그 아픔

그 무언의 조그만 속삭임.


손을 모아 잡으면

털옷처럼 반가운 그 무엇이

민들레 꽃씨로 익어 터져

하늘 가득 피어나

잃어버렸던 말들이 되살아난다.


이것은 설익은 한 밤의 태양

발라드풍의 감미로운 원무

촉촉이 젖은 새벽 잎사귀

그 연한 손등에 잔뜩 머금은

이슬방울 속에 갇힌 세계.

 

 

● 천주교 부산교구 망미교회 청년회 연보 1988/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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