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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에 해변서 폭죽놀이 즐겨서야… - 정중규

정중규 2010. 1. 31. 02:46

현충일에 해변서 폭죽놀이 즐겨서야…

 

 

6월 6일은 제45회 현충일이었다.

전국적으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은덕을 기리는 추념식이 열렸다. 부산에서도 충렬사와 UN묘지에서 참배객들이 줄을 이었다.

올해 현충일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과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맞아 그 의미가 각별했다.

그런데 이날 광안리 해변도로로 차를 몰고 가다가 뜻밖의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수백 발의 폭죽을 하늘로 쏘아 올리며 폭죽놀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언짢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아무리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존경심이 퇴색돼 가고 있다지만, 과연 현충일에 희희낙락하며 폭죽을 터뜨려도 좋은 것인가.

우리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 아래서와 같은 구태의연한 위선적 애국행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행위임을 깨달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국민들이 현충일에 해당하는 Memorial Day 때 보여주는 마음 자세는 그런 측면에서 경건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성숙된 공동체 의식의 발현인 것이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오늘날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도 애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런 식의 책임은 우리 후손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우리 자신에게 부여된 것이기도 하다.

현충일에는 가능한 자숙했으면 한다.

 

 

● 부산일보 독자 오피니언 제17332호 2000/6/7